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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이즈 어프레이드 (초현실적 공포, 모성 트라우마, 아리 애스터)

보 이즈 어프레이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전작 〈허레디터리〉와 〈미드소마〉를 인상 깊게 봤던 터라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세 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카오스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같이 본 친구와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던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불안과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경험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초현실적 공포로 풀어낸 불안의 시각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기존에 알던 공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 보가 사는 도심은 그야말로 디스토피아(dystopia)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서 디스토피아란 이상적인 유토피아와 정반대로, 극도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의미합니다. 거리에는 폭력과 혼돈이 난무하고, 보는 자신의 아파트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며 느낀 건, 이 영화의 공포가 점프 스케어(jump scare)나 고어(gore)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점프 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이나 큰 소리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대신 아리 애스터 감독은 불안과 편집증이라는 심리적 공포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보의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이 안 되는 기묘한 감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였습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지, 아니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비선형적으로 전개되는지를 결정하는 서사 방식입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챕터별로 전혀 다른 톤과 장르를 오가면서도, 결국 보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공포와 죄책감이라는 하나의 중심축으로 수렴됩니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혼돈의 도심 장면들은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수십 명의 엑스트라와 복잡한 동선 설계가 필요했다고 합니다([출처: IMDb](https://www.imdb.com/title/tt13521006/)). 저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이게 단순히 공포를 위한 공포가 아니라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을 극단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성 트라우마와 죄책감의 무한 반복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핵심은 결국 보와 그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입니다. 영화 내내 보를 옭아매는 건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모성 콤플렉스(maternal complex)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갈등입니다. 모성 콤플렉스란 자녀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심리적 상처나 의존성으로 인해 성인이 된 후에도 정상적인 독립과 자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화 중반부에는 보가 숲 속의 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아리 애스터는 연극적 요소와 애니메이션을 혼합하는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 장면이 뜬금없다고 느꼈는데, 곱씹어보니 이는 보가 갈망하는 이상적인 가족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였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는 보라는 캐릭터를 통해 공포, 무력감, 절망, 그리고 희미한 희망까지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보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불안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평단에서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도전적이고 몰입도 높은 퍼포먼스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https://www.rottentomatoes.com/m/beau_is_afraid)).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보는 자신의 과거와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적이고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은 불편하면서도 눈을 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내면의 어두운 면을 강제로 마주하게 만드는 심리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가주의와 평단 반응

아리 애스터는 〈허레디터리〉와 〈미드소마〉를 통해 이미 독특한 공포 미학을 구축한 감독입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그의 개인적인 심리와 불안을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상업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감독의 개인적인 비전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179분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상업 영화의 평균 러닝타임이 120분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긴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긴 러닝타임이 불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의 끝없는 불안과 반복되는 악몽을 관객도 함께 체험하게 만드는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평단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아리 애스터의 야심찬 걸작으로 평가한 반면, 다른 이들은 지나치게 자기탐닉적이고 산만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도 평론가 점수와 관객 점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이 영화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영화 경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힘든 세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A24 제작사는 이미 〈문라이트〉, 〈레이디 버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으로 독창적인 영화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역시 A24의 제작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상업성보다는 감독의 예술적 비전을 존중하고, 관객에게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 바로 A24의 정체성입니다.

다음은 이 영화를 볼 때 주목해야 할 핵심 요소들입니다:

- 초현실적 이미지와 상징들이 보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 모성과 죄책감이라는 주제가 각 챕터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 호아킨 피닉스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몸짓이 전달하는 감정의 결

정리하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고 친구와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던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히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거나, 심리적 공포와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탐구하는 영화를 선호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 다만 편안한 오락 영화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참고: - IMDb 〈Beau Is Afraid〉: https://www.imdb.com/title/tt13521006/
- 나무위키 〈보 이즈 어프레이드〉: https://namu.wiki/w/보%20이즈%20어프레이드
- 로튼 토마토: https://www.rottentomatoes.com/m/beau_is_afraid